경제 & 기술

구글(알파벳) 실적 발표

agentist 2026. 7. 24. 17:08

모건스탠리는 왜 반도체를 팔라고 했다가 다시 사라고 했을까? AI 반도체를 둘러싼 진짜 논쟁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업종은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움직임의 중심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고점론에 불을 붙였고, 열흘 뒤에는 "이번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처음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도대체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시작은 '반도체 고점론'이었다

지난 7월 초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80%를 넘어섰고, 삼성전자 역시 5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더 좋아질 여지가 없다면 이제는 내려갈 차례"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 애플의 메모리 가격 부담,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 AI 모델의 연산 효율 개선 소식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0~40% 가까운 하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열흘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모건스탠리에서 나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했던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이번 메모리 시장은 과거와 전혀 다른 사이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전 메모리 시장은 PC와 스마트폰 판매량이 수요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HBM과 D램은 AI 서버 구축 과정에서 가장 부족한 부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공급 부족 현상은 2027년과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단기적인 주가 하락보다 AI 인프라 확대라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처음부터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주가보다 ASML을 주목했습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최근 ASML은 앞으로 수년 동안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EUV 장비는 수천억 원이 넘는 초고가 장비이며 제작 기간도 길기 때문에, 확실한 장기 수요가 없다면 생산능력을 쉽게 늘리지 않습니다.

즉, 장비 업체가 공격적인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두고 메모리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시장의 답은 알파벳이 내놓았다

논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의외로 반도체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입니다.

알파벳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더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 규모는 우리 돈으로 최대 300조 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회사 측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됐던 "AI 투자 열기가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AI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직접 투자 확대를 선언한 만큼, AI 서버와 메모리 수요 역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AI 모델이 효율적이면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까?

최근 또 하나의 논란은 중국 AI 모델의 등장입니다.

일부에서는 적은 연산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면 GPU나 메모리가 덜 필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 연비가 좋아졌다고 휘발유 소비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 비용이 낮아지면 오히려 더 많이 운전하게 되는 것처럼, AI 역시 사용 비용이 낮아질수록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전체 연산량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제번스의 역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확인해야 할 것

이번 논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숫자입니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한 영업이익이 아닙니다.

  • HBM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지
  • AI 고객사의 주문이 계속 증가하는지
  • 장기 공급계약이 확대되고 있는지
  • 빅테크의 AI 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

이 네 가지가 앞으로 메모리 업황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

이번 보름 동안 시장은 극단적인 공포와 낙관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롭게 등장한 논리는 많지 않았습니다.

반도체가 이미 고점이라는 주장도, AI 투자 확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모두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시장은 같은 재료를 놓고 그때그때 다른 해석을 내렸을 뿐입니다.

당분간도 반도체 주가는 다양한 뉴스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대로 이어지는지입니다.

앞으로 발표될 빅테크의 투자 계획과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이 이번 논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